현대건설·삼성물산·포스코이앤씨 등이 신축·재건축 단지에 배송·청소·주차 로봇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런 단지형 로봇은 엘리베이터 연동·공동현관·전력·관제 같은 단지 인프라를 전제로 한다. 그래서 구축 아파트는 단지 차원의 주차·배송 로봇을 그대로 들이기 어렵지만, 세대 단위 로봇 가전과 건물 개조가 필요 없는 자립형 배송로봇 실증은 구축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도입을 고민한다면 개인이 들일 로봇인지 단지가 결정할 서비스인지 구분하고, 문턱·통로 폭·충전 공간·전력 같은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다.

요즘 새로 짓거나 재건축하는 아파트에서 로봇은 분양 홍보의 단골이 됐다. 현대건설은 강남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상용화해, 지하주차장과 공동출입문을 지나 승강기를 타고 세대 현관까지 물건을 나른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리더스원에서 음식 배달 로봇을,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 반포에 공용부를 청소하는 AI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에서는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을 적용한 '로봇 친화 단지'가 계획됐다.
정부도 판을 깔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로봇 도입의 법적 근거를 담은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용적률 산정 제외와 지방세 감면 같은 인센티브를 검토 중이다.

Vitaly Gariev
핵심은 로봇이 혼자 움직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단지형 로봇이 현관까지 가려면 여러 인프라가 맞물려야 한다.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호출해 타고, 공동현관 자동문을 여는 통신 연동이 필요하다. 여기에 로봇이 대기·충전·정비할 공간, 이를 뒷받침할 전력과 관제 시스템, 사고에 대비한 책임보험 체계까지 따라붙는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뉴빌리티와 협업해 공동현관 개폐와 엘리베이터 호출 연동 문제를 풀어 세대 현관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구현했다.
이런 설비를 처음부터 설계에 넣을 수 있는 곳이 신축과 재건축이다. 특히 주차로봇은 전용 주차 설비가 전제라, 기존 지하주차장을 그대로 둔 구축에 얹기는 사실상 어렵다. 구축의 벽은 로봇 성능이 아니라 건물 구조와 공용 인프라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구축이 로봇과 무관한 건 아니다.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세대 안에서 개인이 들이는 로봇 가전은 구축·신축을 가리지 않는다.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이고, 이는 단지 결정 없이 각자 살 수 있다. 반면 배송·주차·공용부 청소처럼 단지 전체가 함께 쓰는 서비스는 관리주체와 입주민의 결정, 그리고 앞서 말한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주목할 흐름은 구축을 겨냥한 자립형 로봇이다. 와트의 포터로봇은 자동문과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제어하는 자율주행 로봇으로, 좁은 복도와 엘리베이터에서도 움직이고 3cm 이상의 문턱을 넘는다. 건물을 개조하지 않아도 지하주차장에서 세대 현관까지 짐을 나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3개월간 실증을 거쳐 양방향 운반으로 서비스를 넓혔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배송 영역만큼은 구축에도 길이 열리고 있다.
구축에서 로봇을 고민한다면, 먼저 '개인이 들일 것'과 '단지가 정할 것'을 나눠야 한다.
세대용 로봇 가전이라면 이런 조건을 본다.
단지 차원의 배송·순찰 로봇을 바란다면 개인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 단지 엘리베이터가 연동 가능한지, 공동현관과 관제·통신을 갖출 수 있는지, 무엇보다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비용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축에서 오늘 당장 현실적인 선택은 세대용 로봇 가전과 이제 막 실증되는 자립형 배송로봇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