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태어난 뒤 첫째가 아기처럼 굴거나 떼를 쓰는 퇴행은, 부모가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려는 정상적인 불안 반응이다. 그래서 야단치는 것보다 출산 전부터 단계적으로 준비시키고 매일 짧게라도 첫째만을 위한 시간을 지켜 주는 쪽이 효과적이다. 핵심은 비교하거나 형답게 굴라고 압박하지 않고, 행동은 제한하되 감정은 먼저 인정해 주는 것이다.

둘째가 생긴 뒤 첫째가 갑자기 변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배변 훈련이 끝났는데 다시 실수를 하거나, 기저귀를 차겠다고 하거나, 젖병을 찾는다. 말투가 아기처럼 돌아가고, 밤에 자주 깨거나 울고 떼쓰는 일도 늘어난다.
미국 아동심리 전문기관 차일드 마인드 인스티튜트의 임상심리학자 크리스틴 캐로더스는 이런 퇴행을 "부모가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아이 나름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일부러 말썽을 부리는 게 아니라 불안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출발점은 분명하다. 퇴행은 벌할 대상이 아니라 안심시킬 신호다. 야단을 치면 '관심을 끌려는' 원래 목적과 맞물려 행동이 더 심해지기 쉽다.

Ketut Subiyanto
준비는 출산 전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다. 유니세프 육아 자료는 연령에 맞춰 접근을 달리하라고 권한다.
1~2세라면 동생 이야기를 밝게 꺼내고, 정해둔 이름을 자주 불러 익숙하게 하며, 형이나 누나가 되는 내용의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 인형을 돌보는 역할놀이도 좋다. 2~4세에게는 가족이 늘어난다는 사실과 출산 때 아이가 하게 될 일을 미리 설명하고, 아기 준비에 참여시켜 "좋은 도우미"라고 격려한다. 학령기 아이에게는 좀 더 솔직해도 된다.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다는 좋은 점과 많이 운다는 점을 함께 말해 준다.
한 가지 실무적인 요령이 있다. 방을 옮기거나 침대를 바꾸는 큰 변화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미리 끝내는 게 좋다. 동생이 온 시점과 겹치면 아이는 자기 자리를 빼앗겼다고 느끼기 쉽다.
아기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첫째를 '구경꾼'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두는 게 중요하다. 집에 온 날 동생 사진을 친구나 친척에게 소개하게 하거나, 어린아이에게는 기저귀 가져오기, 조금 큰 아이에게는 기저귀 갈기 같은 작은 역할을 맡긴다.
동생에게 다정하게 굴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칭찬한다. 방문객이 많은 시기에는 어른들에게도 아기뿐 아니라 첫째에게 관심을 나눠 달라고 미리 부탁해 두면 좋다. 손님의 시선이 온통 아기에게 쏠리는 상황이 첫째에게는 또 하나의 서운함이 된다.
여러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꼽는 것이 첫째만을 위한 시간이다. 하루 15~20분이라도 좋으니, 다른 방해 없이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고정으로 둔다.
캐로더스는 이 시간이 효과를 내려면 아이가 "엄마 아빠가 나를 위해 지켜둔 시간"이라고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동생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감각이 안정감을 준다. 짧은 놀이나 책 읽기처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의식이면 충분하다.
차일드 마인드의 임상심리학자 맨디 실버먼은 아이마다 좋아하는 역할이 다르니 각자에게 맞는 참여 방식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어떤 아이는 아기를 돌보는 일을, 어떤 아이는 부모와 따로 노는 시간을 더 원할 수 있다.
말에서 조심할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형답게 굴어라", "언니니까 참아라" 같은 의무감을 지우는 말은 피한다. 첫째도 아직 돌봄이 필요한 아이인데, 갑자기 어른 역할을 요구받으면 질투가 더 커진다.
둘째, 동생을 끌어들여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 대신 각자의 장점을 따로 칭찬하면 경쟁심이 줄어든다. 셋째, 아기가 마냥 좋기만 하다고 과장하지 않는다. 울고 시끄럽다는 현실을 미리 알려 둔 아이가 실제 상황에 덜 당황한다.
행동과 감정은 분리해서 다룬다. 동생을 때리거나 미는 행동은 그 자리에서 단호히 막되, "동생이 미웠구나" 하고 감정 자체는 먼저 인정해 준다. 감정까지 혼내면 아이는 자기 마음이 잘못됐다고 배운다.
마지막은 루틴이다. 식사, 낮잠, 잠자리 의식 같은 하루 흐름을 되도록 전과 비슷하게 유지하면 아이는 '내 세계가 통째로 바뀌지는 않았다'고 느낀다. 퇴행이 언제 가라앉을지는 아이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줄어든다. 다만 수면이나 배변, 정서 문제가 오래 이어진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아동심리 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