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의 83.2%가 상실감을 겪고 다섯 명 중 한 명은 1년 넘게 고통이 이어진다는 조사가 있으며, 감정의 정체는 대개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자책이다.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된 방법은 빨리 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애도하고 슬픔을 주변과 나누는 것이었다.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지속되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고, 새 반려동물은 애도가 끝났는지 확인한 뒤 들이는 편이 좋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은 며칠 울고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다. KB경영연구소가 2025년 반려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의 83.2%가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겪었고, 그중 19.4%는 1년 넘게 그 고통이 이어졌다.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감정의 모양도 짐작과 다르다. 가장 많이 나타난 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더 잘 돌봐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였다(71.5%). 지속적인 슬픔(45.2%)과 무기력·우울감(38.6%)이 뒤를 이었다. 최근 배우 배정남이 2025년 9월 세상을 떠난 반려견 '벨'의 1주기를 맞아 추모의 마음을 전한 일이 알려지며, 이 감정이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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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사에서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됐다고 꼽힌 방법은 뜻밖에 단순하다. '충분한 애도 기간'이 53.6%로 가장 높았다.
즉 빨리 털어내려 애쓰는 것보다 충분히 슬퍼하는 편이 회복에 낫다는 뜻이다. 어른이 되면 우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쉽지만, 슬픔과 죄책감을 억누르면 오히려 우울감이 깊어진다. 눈물이 난다면 그 감정은 반려동물이 가족이었다는 증거이니 그대로 흘려보내도 괜찮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 잊으라"고 재촉하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도에는 정해진 기간이 없고,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이다.
애도를 건강하게 지나가려면 슬픔에 형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조사에서 가족·지인의 공감과 위로가 도움이 됐다는 응답도 42.4%로 높았다. 슬픔을 혼자 삼키지 않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애도와 우울증은 다르다.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거나, '나도 반려동물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든다면 이는 애도의 범위를 넘어선 신호다. 이럴 때는 참지 말고 정신건강 전문가의 상담을 곧바로 받아야 한다. 혼자 이겨내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회복을 늦출 수 있다.
빈자리를 채우려 서둘러 새 반려동물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 조사에서 새 입양이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33%)도 적지 않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 '충분한 애도'(53.6%)보다는 낮았다.
이 수치를 놓고 보면 판단 기준은 분명하다. 아직 이전 아이 생각에 자책과 눈물이 앞선다면 그것은 애도가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이므로, 새 가족을 맞을 시점이 아니다. 반대로 함께한 시간을 웃으며 떠올릴 수 있고 새 생명을 온전히 책임질 여유가 생겼다면, 그때가 다시 시작해도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