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가 계속 어질러지는 건 물건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주 쓰는 것과 비상용품이 같은 자리에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물건 종류가 아니라 꺼내 쓰는 빈도를 기준으로 나누면, 손 닿는 앞쪽과 고정하는 안쪽이 분리돼 정리가 유지된다. 수납용품을 사기 전에 트렁크 폭과 계절별 구성까지 함께 점검해두는 것이 좋다.
트렁크가 금세 지저분해지는 이유는 물건이 많아서라기보다 배치 기준이 없어서다. 장바구니, 우산, 소화기, 여벌 옷이 같은 칸에 뒤섞이면 뭘 하나 꺼낼 때마다 다른 걸 들춰야 한다.
정리의 출발점은 물건을 종류가 아니라 꺼내 쓰는 빈도로 나누는 것이다. 매번 쓰는 것, 가끔 쓰는 것, 비상시에만 쓰는 것. 이 세 묶음만 자리를 나눠도 어질러지는 속도가 확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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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접이식 카트, 우산, 세차 타월처럼 손이 자주 가는 물건은 트렁크 문을 열자마자 닿는 앞쪽에 둔다. 여기가 비어 있어야 짐을 실을 공간도 확보된다.
반대로 비상용품은 평소 꺼낼 일이 없으니 안쪽이나 트렁크 바닥 수납함에 고정한다. 자주 쓰는 물건이 앞을 차지하고 비상용품이 뒤에서 흔들리지 않게 고정되면, 짐을 넣고 빼는 동선이 비상용품을 건드리지 않는다.
비상용품에서 최근 달라진 건 소화기다. 2024년 12월 1일부터 5인승 이상 모든 승용차로 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가 확대됐다. 다만 그날 이후 새로 제작·판매되거나 소유권이 바뀌어 등록된 차부터 적용되고, 기존 등록 차량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아무 소화기나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용기에 '자동차 겸용' 표시가 있어야 적법한 차량용 소화기이고, 표시 없는 일반 분말소화기나 에어로졸식 소화용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서울시 안내 기준으로는 0.7kg 이상 1개를 운전석에서 손 닿는 곳에 두는 것이 권장된다. 비치 여부는 자동차 검사 때 확인한다.
소화기 외에 안전삼각대, 구급상자, 점프선이나 견인줄 정도가 기본이다. 안전삼각대는 고장으로 도로에 멈췄을 때 뒤에서 오는 차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세우도록 도로교통법이 정하고 있다. 최근 차는 출고 때 트렁크 안쪽에 삼각대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없으면 채워 넣으면 된다.
트렁크 정리함을 먼저 사고 차에 맞춰보는 순서는 실패하기 쉽다. 차종마다 트렁크 폭과 깊이, 바퀴집이 튀어나온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기 전에 트렁크 바닥의 가로·세로 길이를 재고, 뒷좌석을 접었을 때까지 쓸 것인지 정한다. 세단은 입구가 좁고 낮아 큰 박스형 정리함이 안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SUV는 바닥이 넓은 대신 짐이 굴러다니기 쉬워 칸막이가 있는 제품이 낫다. 트렁크 바닥이 미끄러운 재질이면 바닥 고정이 되는 미끄럼 방지 매트나 벨크로 고정형을 고르는 편이 흔들림을 줄인다.
적재량도 기준이다. 평소 짐이 적다면 접이식 트렁크 정리함 하나로 충분하고, 골프백이나 유아용품처럼 큰 짐을 자주 싣는다면 정리함을 한쪽으로 몰 수 있는 형태가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
트렁크 구성은 고정이 아니라 계절에 맞춰 손보는 게 좋다. 여름 트렁크는 직사광에 쉽게 50도 이상으로 달아올라 왁스나 세정제 같은 세차용품이 변질되거나 용기가 부풀 수 있다. 여름엔 이런 화학용품과 생수·음료를 트렁크에 오래 두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겨울엔 성에 제거기와 워셔액, 상황에 따라 스노체인, 그리고 얇은 담요나 여벌 장갑을 더한다. 봄가을 환절기에 한 번씩 유통기한 지난 구급용품과 눅눅해진 수건만 정리해줘도 트렁크가 다시 무거워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결국 트렁크 정리는 큰 수납함을 들이는 일이 아니라, 빈도로 자리를 정하고 계절마다 가볍게 손보는 습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