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수납장은 사용 빈도와 무게라는 두 기준으로 채우면 위 칸과 아래 칸의 역할이 갈린다. 눈높이에서 허리 사이 골든존에는 매일 쓰는 그릇을, 하부장에는 무거운 냄비와 팬을, 맨 위와 깊은 곳에는 가끔 쓰는 물건을 둔다. 수납장은 서랍과 달리 깊은 칸의 사각지대를 관리해야 하므로, 자주 흐트러지는 칸부터 순서대로 정리하는 편이 오래간다.
주방 수납장을 정리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위 칸과 아래 칸을 같은 방식으로 채우는 것이다. 상부장과 하부장은 몸이 물건에 닿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넣어야 할 물건도 달라야 한다.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얼마나 자주 쓰느냐, 다른 하나는 얼마나 무거우냐다. 이 두 축만 잡아도 어떤 그릇을 어느 칸에 넣을지 대부분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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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순서의 첫 단추는 매일 쓰는 물건의 자리다. 수납 전문가들이 골든존 또는 프라임존이라 부르는 구간은 눈높이에서 허리 사이, 대략 어깨와 엉덩이 높이다. 팔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물건을 꺼낼 수 있는 이 구간에 매일 쓰는 그릇과 컵을 둔다.
상부장이라면 맨 아래 칸과 그 위 한 칸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싱크대 앞에 서서 손을 뻗었을 때 발꿈치를 들지 않고 닿는 높이다. 자주 쓰는 밥공기, 국그릇, 물컵을 이 자리에 몰아두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동작이 편해진다.
하부장의 원칙은 단순하다. 무거운 것을 넣는다. 냄비, 프라이팬, 무쇠팬, 대형 조리도구, 스탠드 믹서 같은 가전이 여기에 들어간다. 무거운 물건을 머리 위 높이에서 꺼내다 보면 손목과 어깨에 부담이 가고 떨어뜨릴 위험도 크다. 아래에 두면 꺼내기도, 다시 넣기도 안정적이다.
하부장 안에서도 층을 나눈다. 제일 무거운 냄비를 바닥에 두고, 가벼운 소스팬이나 뚜껑을 그 위나 앞쪽에 둔다. 팬과 뚜껑은 눕혀 쌓는 대신 세워서 꽂아두면 한 개씩 빼 쓰기 쉽다. 파일 홀더나 전용 정리대를 쓰면 세워두기가 수월하다.
남는 자리는 두 곳이다. 상부장 맨 위 칸과 하부장 안쪽 깊은 자리. 발꿈치를 들어야 닿거나 허리를 숙여 손을 뻗어야 하는 이 구간에는 자주 안 쓰는 물건을 넣는다.
명절에만 꺼내는 대형 접시, 손님용 찜기, 일 년에 몇 번 쓸까 말까 한 특수 조리도구가 대표적이다. 이런 물건이 골든존을 차지하고 있으면 매일 쓰는 그릇이 갈 자리가 없어진다. 사용 빈도가 낮은 물건을 과감히 위아래 끝으로 밀어내는 것만으로도 쓰기 좋은 자리가 넉넉해진다.
수납장 정리가 서랍 정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시야다. 서랍은 열면 위에서 내려다보며 안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칸막이로 나누면 끝난다. 수납장은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특히 깊은 칸은 뒤쪽이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된다.
그래서 수납장은 앞뒤 배치가 중요하다. 자주 쓰는 물건을 앞쪽에, 가끔 쓰는 물건을 뒤쪽에 둔다. 깊은 칸에는 앞으로 당겨지는 바구니나 트레이를 두면 뒤쪽 물건을 꺼내려고 앞엣것을 다 들어낼 일이 줄어든다. 또 하나, 물건은 쓰는 자리 가까이에 두는 게 원칙이다. 조리도구는 화구 근처 칸에, 컵은 정수기나 싱크대 근처에 배치하면 동선이 짧아진다.
정리 이론은 대개 "전부 비우고 처음부터"라고 말하지만, 주방을 매번 통째로 비우기는 부담스럽다. 현실적으로는 가장 자주 흐트러지는 칸부터 시작하는 편이 오래간다.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내려 하기보다, 매일 손이 가는 칸이 편해지는 것부터 확인하면 정리가 훨씬 덜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