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베란다를 정리할 때 수납장을 먼저 사면 공간이 안 맞거나 습기로 망가지기 쉽다. 물건을 모두 꺼내 용도별로 구역을 나눈 뒤, 그 구역에 맞는 크기와 습기에 강한 재질을 고르는 순서가 실패를 줄인다. 배수구와 환기창을 막지 않고 벽과 살짝 띄워 놓는 배치도 곰팡이를 막는 핵심이다.

베란다 정리를 마음먹으면 대개 수납장부터 검색한다. 그런데 이 순서가 실패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자리에 안 맞아 남거나, 습기에 부풀어 못 쓰게 되거나, 배수구를 막아 물이 고이는 식이다.
먼저 할 일은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공간을 나누는 것이다. 수납장은 구역과 용도가 정해진 다음에 골라야 한다.

Nha Chill
수납장을 들이기 전에 베란다의 물건을 전부 꺼내 세 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자주 쓰는 물건, 계절용품, 거의 안 쓰는 물건이다. 이 분류가 끝나야 어떤 수납이 얼마나 필요한지 눈에 들어온다.
그다음 베란다를 용도별 구역으로 나눈다. 세탁기와 세제를 두는 세탁 구역, 계절용품과 공구를 넣는 창고 구역, 화분을 두는 식물 구역처럼 나누면 각 구역에 맞는 수납의 형태가 달라진다. 세탁 구역엔 세제와 빨래집게를 담는 선반이, 창고 구역엔 뚜껑 있는 수납함이, 식물 구역엔 흙먼지를 관리하기 좋은 이동식 카트가 어울린다.
한 가지 원칙을 더하자면, 수납 공간은 80% 정도만 채우고 20%는 비워 두는 게 좋다. 새로 들어올 물건 자리가 없으면 금세 다시 어질러진다. 바닥에는 꼭 필요한 것만 두고 나머지는 선반이나 벽걸이로 올리면, 좁은 베란다도 훨씬 넓게 쓸 수 있다.
구역이 정해졌으면 그 자리에 맞는 크기를 실측한다. 이때 벽에서 살짝 띄울 여유와, 뒤에서 설명할 배수구·환기창을 피할 자리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벽 끝에서 끝까지 꽉 채우는 크기는 피하는 편이 낫다.
재질은 베란다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베란다는 결로와 장마로 습기가 많고 직사광선도 든다. 물기에 약한 원목이나 가공목재(MDF)는 습기를 먹으면 부풀고 곰팡이가 슬기 쉽다. 그래서 플라스틱, PVC, 도장 처리된 금속처럼 물에 강한 소재가 베란다엔 더 무난하다. 무거운 물건은 아래 칸에, 가벼운 물건은 위 칸에 두는 배치도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
같은 수납장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두느냐가 곰팡이를 좌우한다.
가장 중요한 건 벽에 바짝 붙이지 않는 것이다. 가구나 짐을 벽에 밀착시키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그 뒤로 곰팡이가 숨어 자란다. 벽과 살짝 띄워 공기가 지나갈 틈을 두는 게 좋다.
배수구와 환기창, 창틀도 막지 말아야 한다. 요즘 창호 프레임 레일에는 물이 빠지는 배수 구멍이 있는데, 수납장이 이를 덮으면 물이 고인다. 결로가 자주 맺히는 창틀 아래에는 흡습 시트를 깔아 물기를 받아 내면 도움이 된다.
배치를 마친 뒤에도 관리는 이어진다. 하루 두세 번 창을 열어 환기하고, 습도계로 실내 습도를 60% 아래로 유지하면 곰팡이는 좀처럼 번지지 못한다.
베란다 정리의 순서는 분류와 구역 나누기, 크기와 재질 선택, 습기를 고려한 배치다. 수납장은 이 판단이 끝난 뒤 마지막에 고르는 도구일 뿐이다. 순서를 지키면 좁은 베란다에서도 물건이 제자리를 찾고, 곰팡이 걱정도 줄어든다. 급하게 수납장을 먼저 들이기보다, 하루 이틀 공간을 어떻게 쓸지 정하는 시간이 결국 돈과 수고를 아낀다.